추억속으로 사라져가는 집들이 - 푸른문학 이용식 수필가

푸른문학 수필가 이용식 - 추억속으로 사라져가는 집들이

푸른문학 수필가 이용식(李龍植) - 추억속으로 사라져가는 집들이

입력시간 : 2019-07-19 21:02:07 , 최종수정 : 2019-07-20 10:12:16, 푸른문학신문 기자


    

   ♧추억속으로 사라져가는 집들이♧

     


                     푸른문학 수필가  이 용 식(李龍植)

 

 

함께 일하는 형님께서 '집들이'를 하자며 집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사전적인 의미로 집들이'는 이사를 하여 새로운 집으로 옮겨 들어감을 뜻하거나 이사를 한 후에 이웃과 친지를 불러 집을 구경시키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굳이 이사를 하지않고 집에 손님 초대를 하여 함께 식사를 하는 모임까지도 뭉뚱그려서 그냥 흔히들 '집들이'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되었다. 

말 뜻이야 어떻든 참 좋은 풍습이었다.




 

집안의 대.소사는 말할 것 없고, 음식을 장만하는 자그마한 행사까지도 친지나 친구들을

불러 함께하는 일이 빈번했고, 조금 지위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회사 직원들을 초대 요즘 음식점에서 주로 하는 회식처럼 함께 즐기곤 했다

사실 요즘은 그 옛날처럼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잔을 기우리는 경우가 드물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하지만 여기 이곳의 산골은 아직 '집들이'를 하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만큼 인심이 좋다고 하는 것이 맞을테지만 추억속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그 '집들이'를 지금도 경험할 수 있어 좋고 살맛나는 곳이라 더 좋다.

  

촌부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절인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도 집안 행사가 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일부러 음식을 장만해 손님을 초대하는 '집들이'란 풍습이 성행했다.

 

요즘처럼 외식문화가 그리 발달한 것이 아니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집에서 음식을 마련해놓고 손님을 치른다고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야 좋기는 하지만 준비하는 부녀자들의 수고로움은

 

이만저만 아니다. '집들이'를 하는 유형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이사로 인한 '집들이'부터

 

시작하여 돌잔치, 백일잔치, 승진 축하, 각종 회식, 계모임, 그 외 기타 등등일일이 다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IMF 이후

 

이런 풍습은 우리곁에서 점점 아니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전통적인 생활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이 많이 아쉽다. 그만큼 살기가 팍팍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 그런지 아님 외식문화가 발달하고 성행하여 그런지는 모르지만 친척간에,

 

이웃간에, 동료간에, 친구간에 서로 집을 오고가면서 나누는 정겨운 마음이나 시간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한 생각 마저 드는 것은 촌부만이 가지는 생각이나

 

느낌은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그 옛날부터 이어온 우리의 좋은 미풍양속이 언젠가부터

 

이렇게 사라져가며 삭막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세상살이가 풍요롭고 모든 생활물자가 풍부하여 살기좋은 세상이 되어가면

 

그만큼 인간관계도 돈독하게 이어지고 오고가는 인정이 더욱 더 넘쳐야 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한 것일텐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이 사회는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고

 

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처럼 보여져서 답답한 생각까지 든다.

 

그렇다고 그 옛날 '집들이' 문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족, 친지, 친구, 동료, 이웃이

 

모여 웃고 떠들고 대화하며 식사를 하고 약간의 술잔도 함께 나누는 것은 매우 좋았지만

 

밤새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를 하여 이웃집에 불편을 주거나, 밤을 새워가면서 화투나

 

포커를 치며 노름 수준까지 판돈이 오가는 것은 좋지않은 모습이었다. '집들이'를 한다고

 

하면 으레 그날은 밤샘을 하기가 일쑤였으니 일종의 민폐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고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그랬던 것일까? 하지만 안좋은 면보다는

 

인정이 넘치는 분위기가 있어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는 오늘이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그 당시 그 사람들과는 헤어지고 멀어져서 다들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기도 하다.

  


 

 

좋은 추억은 물론 아픈 기억까지 함께하며 동고동락하였던 그사람들,

 

그 옛날 '집들이'를 다니며 함께 웃고 즐기던 그때 그 사람들이 참 많이 그립고 보고싶다.

 

조촐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모처럼 그 옛날 추억을 소환하는 듯한 그런 '집들이'였다고 할까?

 

즐거운 '집들이'를 마치고 기분좋게 집으로 왔다. 저만치 거실의 불빛이 보이고, 아내가

 

난로에 장작불을 지펴 지붕위에 나와있는 연통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숲속의 우리집 모습이 음력 섣달 열 여드렛날 달빛에 유난히 더 정겹게 보이는 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촌부가 '집들이'에 초대를 받아 간 사이 아내는

 

실내 화초에 물을 주느라 화분을 욕실로 옮겨놓은 듯했다. 무거워 많이 힘들었을텐데

 

아내가 2층 방으로 올라간 사이에 모두 제자리로 옮겨놓았다




화분을 옮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었던 날에 옛 생각을 하게 되는 식사 초대를

 

받아 '집들이'를 다녀와서 기분이 좋아졌고, 아내가 물을 듬뿍 주어 물기를 머금어 싱싱한

 

초록의 실내 화초들 모습이 무거웠던 촌부 마음을 다둑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었다. "그래, 심신이 지치고 힘들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기억하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일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최근에 좀 힘이 들어서 가던 걸음 멈칫했던 내 마음을 가다듬고

 

가볍게 하는 계기가 된 '집들이', 이 좋은 생활문화가 예전처럼 오래오래 쭉 이어져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이용식(李龍植, Lee Yong Shik) 수필가 약력

 


  

 

○덕수상업고등학교 졸업

 

○19758~ 20035월 해태제과(), 광고회사 ()코래드 본부장 역임

 

○20067~ 20105월 광고회사 ()영점오 상무이사 역임

 

○200110~현재 전원생활 및 앤하우스 펜션 공동운영

 

○2017123일 푸른문학 제8회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 수필가 등단

 

○20183월 공저:푸른시.수필100


○푸른문학 운영이사





[푸른문학신문]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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